인권위 “임신 출산 학생에 산전후 요양기간 보장해야” 권고 - 한겨레
미국·영국, 임신·출산으로 인한 학업중단 질병과 똑같이 취급
대만, 56일 동안 출산휴가와 2년 이내 육아휴가 신청 가능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학생이 임신·출산을 할 때 산전후 요양기간을 보장하고 그 기간 동안의 학업 손실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학습권을 보장할 것을 교육부 장관에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는 “여성이 9개월 동안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발생한 여러 신체적인 변화는 분만 뒤 임신 전의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산후 약 6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학생이 임신·출산을 한 경우에도 여성으로서 어린 나이에 임신·출산으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산전후 요양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아울러 “특히 청소년기의 임신·출산은 갑작스러운 임신·출산일 경우가 많고, 학업 지속과 양육 부담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큰 혼란과 신체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어 산전후 요양기간을 보장해 임신·출산한 학생에게 안정감을 주고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중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임신과 출산을 하게 돼 학교를 결석하게 됐고, 이에 학교 수업일수가 부족하게 되면서 유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진정을 인권위에 냈다.
통계청에서 시행하는 인구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10대의 출산 건수는 모두 1300건으로 전체 출산 건수의 0.4%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19살이 전체 10대 출산 건수의 60% 가까이 되며, 중·고등학교 학령기에 해당하는 17살 이하의 출산 건수는 약 21%를 차지한다. 인권위는 2010년 정책 권고 때 임신한 청소년의 수를 인공임신중절을 포함해 적어도 연간 약 1만 5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13년 연구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임신 중인 24살 이하 청소년 3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9살 미만 청소년 한부모 110명 가운데 77.3%가 중졸 이하 학력을 보유하고 있고, 고졸은 16.4%, 대학 재학 이상은 6.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학업을 중단한 19살 미만 73명 중 학업중단 이유가 임신·출산 때문이라는 응답이 30.1%로 나타났으며, 임신 출산으로 학업을 중단한 경우 가장 주된 사유로는 임신 사실이 주위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그만둠(50%)이 가장 많았고, 부모님 가족의 권유로 그만둠(22.7%)이 그 뒤를 이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미국과 영국 등은 임신·출산으로 인한 학업중단 상황을 질병으로 인한 학업중단 상황과 동일하게 취급해 출석으로 인정하거나 휴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대만도 2007년 9월부터 학생에게 출산휴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학생도 56일 동안의 출산휴가와 2년 이내의 육아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출산 및 육아 휴가 기간은 결석처리 하지 않고, 이 기간 동안 성적은 휴가 뒤 재시험으로 대체하며, 남학생도 예비출산휴가 혹은 육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2019-12-13 03:00:1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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