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 없는, 빠른 템포의 로그라이트 액션"
스팀에서 2D 플랫포머 액션은 메이저가 됐다. 전세계에서 수많은 인디게임이 매력을 뽐냈고, 유저의 사랑을 받는 흥행작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한국 게임들도 경쟁에 참여했다. 질문이 따라온다.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은 무엇일까.
블레이드 어썰트를 개발하는 팀써니트는 4명으로 구성된 개발사다. 작은 규모지만 게임 플레이에서 나타나는 감성은 작지 않다. 도트 퀄리티와 액션은 매끄럽고 민첩하다. 작지만 빠른 이 게임은 네오위즈 퍼블리싱으로 지스타 2020에 출품한다.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준형 대표와 유승현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유승현 프로그래머(왼쪽), 김준형 대표(오른쪽) |
Q: 사업PM으로 일하다가 인디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계기가 있었나?
김준형: 업계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어느새 개발자로 지낸 기간이 훨씬 길어졌다.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보겠다는 그 마음 하나가 이유였다.
Q: 블레이드 어썰트는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나?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
김준형: 1년 반 전부터 개발했다. 우리 둘에 아트 담당 2명까지, 총 4명이다.
Q: 2D 플랫포머 로그라이트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김준형: 우선, 아트 팀원들이 도트 전문이었다. 도트를 기반으로 빠른 템포의 핵앤슬래시를 만들고 싶었다. 전투에 집중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다 보니 메트로배니아 방식보다는 로그라이트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기획했다.
Q: 이제는 스팀 플랫폼에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장르다. 그 가운데서 블레이드 어썰트만이 가진 개성을 표현한다면?
김준형: 지루할 틈 없는 스피디한 전투가 핵심이다. 느리게 진행하면 적들이 강해지는 시스템이 있어서, 빠르게 적을 제거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진행 과정에서 여러 선택 요소를 넣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유저가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Q: 얼마 전 CBT가 있었다. 해외 스팀 유저들의 피드백이 꽤 있던데, 기분 좋았던 평가나 빨리 개선해야겠다고 느낀 지적이 있었나?
김준형: 추구하는 핵심 게임성이 전투와 액션이다 보니, 그 부분이 재미있었다고 인정해주는 의견이 좋았다. 개선점으로는 조작감 관련 이야기가 좀 나왔고, 초반 가이드가 부족하다는 말도 있었다. 스토리와 설정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 튜토리얼 연출을 개발 중이다.
Q: 실제로 데모 버전을 플레이할 때, 공격 모션 도중 회피하려 하면 약간 딜레이가 생겼다. 이런 것도 개선 대상인가?
김준형: 최대한 유저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작감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
Q: 데모 버전은 1챕터 최종보스까지 나왔다. 정식 출시에 선보일 총 챕터와 보스 숫자는?
유승현: 4개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마다 보스가 2종류씩이고, 마지막 최종보스까지 총 9개 보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Q: 출시 이후에도 업데이트나 DLC 등으로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 있나?
유승현: 우선은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4개 캐릭터를 유저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Q: 데모 버전에서 캐릭터 1명과 무기 3종이 나왔다. 전기톱, 도끼, 그리고 총. 그렇다면 다른 캐릭터는 같은 무기를 공유하나, 혹은 완전히 다른 무기를 쓰나?
유승현: 캐릭터마다 사용 무기가 전부 다르다. 그래서 무기는 총 12종이다.
Q: 공개된 무기 3종은 개성이 정말 뚜렷했다. 그만큼 밸런스 맞추기 까다로울 것 같은데. 무기와 액션 디자인에 특별히 집중한 요소가 있다면?
유승현: 개발 과정에서는 무기별 장단점을 먼저 보고 전투 리듬을 신경 쓰는 편이다. 무기가 가진 뚜렷한 강점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변화해나간다. 유저가 처음부터 시도할 때마다 '이렇게도 강해질 수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무기는 캐릭터별 3종이지만 조합에 따라 매번 새로운 액션이 나온다.
Q: 네오위즈와 퍼블리싱 계약은 언제, 어떻게 추진됐나?
김준형: 계약 체결은 4~5개월 전이고, 첫 접촉은 2019년 BIC 페스티벌이었다. 먼저 좋은 평가를 해주시면서 컨택이 들어왔다. 우리 입장에서도 아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퍼블리셔라고 생각했다.
Q: 네오위즈 사운드 디렉터 플레닛붐이 참여한 사운드도 인상적이었다. 사운드 제작 과정에서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었을까?
김준형: 워낙 베테랑이기도 하고, 전반적인 게임 콘셉트를 잘 이해하는 분이다. 어떤 느낌의 BGM이나 타격감을 원하는지 말하면 바로 이해하고 최적의 소리를 내주셔서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Q: 도입부에 짤막한 대화로 스토리가 나오는데, 데모 버전은 특별히 이야기 진전이 없더라. 세계관이나 이후 전개 방향은 다 정해졌는지 궁금하다.
유승현: 튜토리얼을 넣는 것부터 시작인데, 주인공이 지하에서 깨어난 이유와 공중도시로 향하는 이유를 모두 풀어내려고 한다. 진행에 따라 세계가 왜 이렇게 구성됐는지도 알 수 있다. 인물간 대화를 통해 캐릭터들의 배경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Q: 출시 이후 콘솔 이식도 계획하고 있지 않나. 1순위로 생각하는 플랫폼은?
김준형: 아무래도 닌텐도 스위치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계획에 두고 있다. 네오위즈 계약에서도 스위치가 포함됐다.
Q: 언제쯤 정식출시로 만날 수 있을까?
김준형: 내년 2월 얼리액세스 출시를 발표했고, 정식출시는 내년 내로 생각하고 있다.
Q: 기획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이 있을까?
김준형: 빠른 템포 액션게임을 많이 플레이하고 좋아하는 편이다. 하데스, 리스크 오브 레인, 데빌메이크라이 등.
유승현: 그밖에도 카타나제로, 할로우 나이트처럼 웬만한 스팀 플랫포머 게임은 거의다 사서 해봤다.
김준형: 좋은 것들을 우리 게임화해서 녹여내려고 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게임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기보다, '모 게임에서 본 시스템인데 이런 식으로 녹였네' 라는 말을 좋아한다. 최대한 우리 장점으로 만들고 싶었다.
Q: 처음 제대로 공개된 시점이 게임스컴 2020이었다. 반응이 어땠나?
김준형: 아무래도 영상만으로는 아트 위주로 볼 수밖에 없어서, 뭔가가 생각난다는 반응이 영상 댓글에 많았다. 사이버펑크를 노린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챕터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콘셉트가 섞여 있다. 보는 분들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지 않을까.
사실 내부에서 생각하는 스타일은 SF다.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은 애니는 천원돌파 그렌라간이었다.
Q: 그럼 혹시... 드릴도 무기로 쓰이나?
김준형: 나는 푸쉬를 하는데 팀원들이 들어주질 않는다.
Q: 이번 지스타 출품은 국내 유저에게 선보이는 기회다. 유저들이 블레이드 어썰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유승현: 게임 장르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2D 로그라이트 플랫포머 액션'. 소울라이크가 취향에 맞지 않는 플랫포머 유저들에게 어필할 듯하다. 특히 전투를 좋아하는데 손이 지루할 틈 없는, 템포가 빠른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가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다.
Q: 블레이드 어썰트로 달성하고 싶은 개인적 목표가 있을까?
김준형: 크게 흥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가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그 힘을 받아서 계속 2D 플랫포머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좋은 개발자를 영입해야 한다. 대표의 입장에서, 소신 있는 게임을 만드는 일에 함께 하고 싶다는 진심을 가진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를 영입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계속 인정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 보기만 좋은 게 아니라, 직접 해봤을 때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나올 수 있구나'라는 평을 받아보고 싶다.
Q: 마찬가지로 소신 있게 게임을 만들려고 하는 개발자들이 많다. 경험자로서 남길 말이 있다면?
유승현: 개인적 경험을 말하자면, 스팀은 어떤 플랫폼보다 자유로운 것 같다. 개발 과정에서 서버나 연결 상태 등 고려할 점이 많은데, PC가 가장 안정적이다. 하고 싶은 것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규모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데, 프로그래머 분들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조금씩 만들어볼 기회가 있지 않나. 만들고 싶은 방향이 분명하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김준형: 그나마 사업적 영향을 덜 받는 플랫폼 같다. 재미를 잘 담아낸다면 언젠가 알아봐주는 시장이 아닌가 싶다.
유승현: 좋은 게임은 유저들이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든 찾아내고 같이 하려는 마음에 전파되기 때문이다. 외부 피드백을 받을 때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준형: 열심히 개발하겠다. 재미있게 즐겨주신다면 감사하겠다.
유승현: 많은 기대를 해주셨으면 한다. 기대가 부담감이 될 수도 있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기대감이 꺾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 기대받는 쪽이 더 좋더라. 더 열심히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별로라는 말을 들어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니, 고칠 점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지적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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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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