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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일본의 도시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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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

일본 가나가와현 야마토시는 도쿄에서 약 30km 떨어져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직장인들의 거주지로 인기가 많다. 그런데 요즘 이 야마토시 기차역에 내리면 광장 한복판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 깃발을 볼 수 있다. 보행중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알리는 깃발이다. 이 정책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야마토시의 공무원들은 이 정책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위반했을 때 처벌 하지 않지만 이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많은 도시들이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보지 않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를 만들려 하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대채 왜 야마토시는 이번 정책이 시민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위험하다

일본 거리에선 '아루키스마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걷다'라는 뜻의 일본어(아루키)와 '스마트폰'의 일본식 발음을 합쳐 만든 말로, 휴대전화만 보면서 걸어가는 이들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스몸비(스마트폰 + 좀비)'의 일본식 표현이다.

야마토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최초의 일본 도시다

지난 1월 야마토시는 시내 2곳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보행자 6000명 가운데 12%가 보행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정책을 주도한 오키 사토루 시장은 "이러한 상황은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장은 시의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공청회를 열었다. 80%의 찬성에 힘입어, 지난 6월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시행하게 됐다.

시행 초기 며칠간은 조례의 내용을 설명하는 안내방송과 함께 안내판을 든 사람들을 역앞에 세워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오키 시장은 깃발로 사람들을 대체했다.

그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국가 혹은 지자체 차원에서 보행중 스마트폰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나선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일산은 깜빡이는 불빛과 레이저빔을 건널목에 설치해 전화를 사용중인 보행자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려 했다. 중국 충칭에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보행자들을 위해 인도에 30m짜리 "휴대전화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와이 호놀룰루에선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걷는 행위 처벌 법안(Distracted Walking Law)"을 통해 횡단보도를 건너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매긴다. 하지만 야마토시는 조례를 어겼다고 처벌하지 않는다. 대신 시민들의 행동이 보다 근본적으로 변하길 바라고 있다.

보다 더 큰 선

흔히 일본은 집단적 "와('조화'라는 뜻의 일본어)"가 개인의 의견보다 중시되는 집단주의로 묘사된다. 강제조치가 아니었어도, 사람들이 팬데믹 속에서 마스크 없이 집밖을 나가지 않은 것도 이것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시민들도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2019년 일본 스마트폰 사용자 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6.6%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13.2%는 충돌을 경험했으며, 9.5%는 아루키스마호 때문에 다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정신을 빼앗긴 채 걷는 것은 자신이나 타인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쿄 토박이로 자전거를 이용해 통근하는 나바타 아츠코는 "(야마토시의 조치에)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전에 자전거를 타다가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과 부딪힌 적이 있다"며 "자전거를 탈 때 그런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보며 걷는 사람들이 제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면 멈춰서서 그들이 눈치채기를 기다려요. 요즘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과 충돌할 뻔하더라도 사과도 안 하고 가요.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서 그렇죠."

하지만 처벌이 없는데, 이 조례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시부야 나카무라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스즈키 나오타는 "처벌이 없어도 효과가 있는 법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강제성이 없는 법의 성공은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에 기반한다고 했다.

"남에게 폐를 끼친다"는 뜻의 메이와쿠는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꺼리는 일본의 문화를 말한다.

대중교통 안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메이와쿠에 기반한 불문율이다.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대중교통 속에서 통화를 자제한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와 휴업이 권장됐을 때도, 많은 이들이 이를 따랐다. 반면 미성년자의 음주와 흡연 금지는 처벌조항도 있는 법률이다. 하지만 쉽게 무시되곤 한다. 스즈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측면에서 (처벌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러한 차이는 그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서 나온다. 음주나 흡연은 보통 자신에게만 해를 끼치는 행위다.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메이와쿠에 속하지 않는 것이다.

도쿄 템플대의 임상심리학자 와타베 유코는 메이와쿠를 문화적으로 학습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어른 및 또래들과 교류하며 이런 자기 감시 시스템을 익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부모들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고 뛰어다니는 자녀들을 "민폐를 끼친다"며 제재하곤 합니다."

일본에서는 어릴 때부터 사회적 규범에 대한 학습이 시작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의미의 속담은 일본의 학교와 직장, 사회생활에서 많이 통용된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공통의 규범을 준수하지 않으면 처벌이나 배척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와타베는 사회 규범을 준수하는 것은 이타주의적인 의도보다는 자기 이익에 더 가깝다고 했다.

"서구 문화에서는 민주주의적 법 체계를 통해 협력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죠. 반면 일본에서는 집단 내 상호 감시와 견제를 통해 협력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본의 개인은 친한 집단 내에서 외면당하지 않는 것이 생존과 성공을 위한 중요 요소가 됩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

야마토시는 이번 조례가 주민들로 하여금 '스마트폰 좀비'를 메이와쿠로 인식하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진화하는 사회 규범에 맞춰 행동도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오키 시장은 "이 법은 짧은 기간 안에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계획은 5년 정도가 지나면 이것이 자리잡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가 더욱 심각해지는 일본에서 노인세대를 도와줄 수 있는 대책을 하루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서 나온 성공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시도도 성공하리라 확신했다. 그는 "보행중 흡연을 금지하는 법이 나온 게 10년 전"이라며 "이 법안이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효과가 꽤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마다 요이치로(28)는 미래의 안전이 젊은 세대를 움직일만한 충분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솔직히 일본이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만 들어요. 처벌이 없다면 젊은이들, 즉 이미 스마트폰에 의존도가 높은 많은 이들이 법을 따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따르지 않을 것이고요."

'아루키스마호라는 일본어는 '스마트폰 좀비, 스몸비'를 지칭하는 말이다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지만 위반에 대해 처벌은 하지 않는 이 조례의 성패는 사회적 해석에 좌우될 것이다. 이에 대해 스즈키는 '1.5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기준 1은 사회가 그 행동을 위험하다고, 즉 메이와쿠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기준 0.5는 이 행위를 동료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이다.

그는 만약 치명적인 사고가 벌어진다면, 사람들이 충격을 받아 더 많이 순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언론이 야마토시를 주목하는 만큼 "몇 달 동안은 보행중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마다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에 중독됐다"며 "휴대전화를 보고 싶은 욕구가 법을 어기지 않았을 때 생기는 사회적 껄끄러움을 능가한다면, 더이상 사람들이 이 법안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사회적 가치가 우세를 점할지, '소리없는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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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3, 2020 at 09:2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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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to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일본의 도시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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