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8.19 14:32 | 수정 2020.08.19 14:47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2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전화 속 내용을 볼 수 있게 해달라며 경찰이 신청한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박 전 시장의 여비서 성추행을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방조·묵인 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영장이었지만 법원은 ‘휴대전화 압수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기각했다. 이날이 두 번째 기각이었다. 법조계에선 “피해 여성이 성추행의 고통을 당시 서울시 공무원 여럿에게 호소했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관련 텔레그램 등도 있는데 재차 기각된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엔 ‘채널A 사건’에 연루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해줬다.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서도 한 검사장이 채널A 기자와 ‘공모’해 여권 인사의 뒤를 캐려 했다는 물증은 나오지 않았다. 이 수사를 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도 최근 채널A 전·현직 기자를 기소하면서 그 공소장에 ‘한동훈과의 공모’는 넣지 못했다. 법원 주변에서도 “영장전담판사가 어떤 증거나 진술을 보고 민감한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휴대전화 압수는 한 사람의 인생 압수”
수사기관이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는 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1년 영장 발부율은 97.4%였으나 2018년엔 87.7%로 떨어졌다. 특히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선 법원은 최근 더 엄밀하게 심사를 하고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요즘 사람들은 연락은 물론, 사진·동영상 촬영, 소셜미디어 접속, 은행 업무 등 거의 모든 일을 휴대전화로 하기 때문에 휴대전화엔 그 사람의 모든 정보가 담기게 된다”며 “그래서 법원은 자택 압수수색 만큼이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추세”라고 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휴대전화 압수는 그 사람의 인생을 압수하는 것”이라며 “판사가 이런 휴대전화의 압수수색 영장을 내줬다는 건 ‘유죄 심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휴대전화 압수수색에서 묘한 ‘경향성’이 보인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 여권 인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은 자주 기각이 되는 반면, 전 정권 사람들이나 현 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사람들의 휴대전화 영장은 상대적으로 쉽게 발부가 된다는 것이다.
◇조국·박원순·황운하 기각, 한동훈·김기춘·조윤선은 발부
대표적 케이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법원은 작년 말 ‘조국 비리’ 수사 당시 검찰이 2차례 청구한 조 전 장관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이를 놓고 당시 법원 주변에서도 “자녀 입시 비리 관여 의혹 등 (조 전 장관의) 여러 불법 정황이 나왔는데도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재차 기각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왔었다.
법원은 또 지난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 때 검찰이 청구한 황운하 당시 대전지방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은 2017~2018년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반면 전 정권 주요 인사들에 대한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은 다수 발부가 됐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근혜 청와대의 김기춘 전 비서실장,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다 발부가 됐다. 법조계에서 “현 정권이면 기각, 전 정권이면 발부”라는 말이 도는 이유다.
August 19, 2020 at 12:3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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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박원순 휴대폰은 '기각', 한동훈 조윤선 휴대폰은 '발부'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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