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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텔리전스 시대… 학생들, 사회문제로 뛰어들라 - 조선일보

익스텔리전스 시대… 학생들, 사회문제로 뛰어들라 - 조선일보

입력 2020.01.29 03:00

임기 마치는 김용학 연세대 총장
"이야기 전쟁 시대에 팩트는 묻혀… 자기가 듣고 싶은 정보만 찾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지 않게 돼"

"사회질서 측면에서 보면 산업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사회 분열 조짐이 무섭게 진행되고 있어요."

김용학(67) 연세대 총장은 지난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 진영으로 갈려 서로 멀어진 적은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달 말 4년 임기를 마치는 그는 네트워크 분석을 토대로 한 '사회연결망 연구' 분야 선구자로 꼽히는 사회학자다.

김 총장은 "사회학은 산업혁명 때 마을 공동체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사회질서의 근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됐다"며 "사회가 점점 쪼개지는 여론 양극화가 뚜렷한 지금이 산업혁명 당시 못지않게 공동체의 붕괴 위기로 꼽힌다"고 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초(超)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청년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 뒤로 보이는 곰 인형 ‘연곰이’는 연세대 마스코트로 불린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초(超)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청년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 뒤로 보이는 곰 인형 ‘연곰이’는 연세대 마스코트로 불린다. /장련성 기자

김 총장은 전 세계에 '이야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발달로 급격히 늘어난 정보 간 경쟁이 치열해져 정보를 이야기(스토리)로 꾸며 주목받는 현상이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팩트의 존엄성, 진실에 대한 존중이 이야기 속에 다 묻히고 있다"며 "너는 저 이야기, 나는 이런 이야기 등 '이야기 전쟁'의 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내 주위엔 트럼프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데 도대체 어디에 반대자들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서로 '국민의 반은 어디 있느냐'는 물음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이런 현상이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찾아 듣고, 유튜브·페이스북·추천 뉴스 등의 알고리즘은 이를 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알고리즘이 자기 성향에 맞는 정보만 전해주는 시대에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오프라인 교류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간 만남이 드물어졌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마저도 같은 성향의 사람들만 남는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고 했다. "상대방을 이해해야 가까워질 수 있는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며 서로를 변종으로 보고 있어요."

김 총장은 '초(超)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청년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직업도 사라진다고 하니 학생들이 너무 자신없어 합니다. 이들을 책상머리에서 끄집어내 현장으로 보내 문제를 찾아내고 풀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해요. '나도 할 수 있네' 깨닫고 성장하도록 교육이 이끌어야죠."

이를 위해 총장 직속 기구로 출범한 연세대 고등교육혁신원은 교과목에 사회혁신 과제를 접목했다. 작든 크든 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 뛰어들도록 판을 깐 것이다. 학생들이 지역 복지회관에 찾아가 할머니들의 인생을 '영상자서전'으로 담고, 네팔의 작은 마을에 배설물을 비료로 전환하는 위생 화장실을 만드는 등 2년 동안 1173명이 사회혁신의 실험장에 동참했다.

김 총장은 "이제 우리 사회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따뜻한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대학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관한 세계 대학 협의체(USRN)에서 한국 유일의 회원 대학이다.

김 총장은 "자기만의 지식에 머무는 인텔리전스(intelligence)와 달리, 내가 배운 지식을 바깥과 연결하는 '익스텔리전스(extelligence)'가 중요한 시대"라며 "정답만 찾아다니는 교육에서 사회를 혁신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기성세대에 대한 당부로는 "자기가 살아온 방 식을 더 이상 청년들에게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모두가 똑같은 방향으로 뛰면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죠."

김 총장은 퇴임 후 과학 저술가로 활동할 계획이다. "최첨단 과학의 사회적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일반인들에게 너무 덜 알려져 있어요." 그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최신 과학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풀어 쓰고 싶다"고 했다.



2020-01-28 18:00:2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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